이근은 다시 부르기 I
/(1998-2000)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다.
갤러리 아트인만나
2017.4.4.(화)-4.18(화)
이근은/아침이 밝는구나 /캔버스에 유화/2007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집을 뛰쳐나온 어린아이는 울먹이며 풀밭을 뛰어다니다 지쳤는지 풀밭위에 드러누워 파란 햇살을 바라보며 풀이 눕는 소리를 느낀다. 처음 아이의 감정은 죄의식과 함께 버려졌다는 절망감으로 온통 채워진다. 뜀박질은 분리의 고통이자 외부 세계를 향한 표출이기도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 감정이 누그러질 즈음 파란 햇살이 아이에게 드리워 질 때 아이는 이 모든 세계가 아이를 위해 존재하는 피조물처럼 느껴지는 감정을 만나게 된다.
필자의 작품들이 자아(아이)에서 시작해서 외부 세계(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감정의 도피처를 찾기 위한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청년기의 나는 그런 감정표출에 늘 무너지는 아이 같았다. 마음속의 꿈틀거림은 자화상시리즈에서 시작되어 <눈의 연작>,<침묵시리즈>,<war of love 시리즈>,the memory 연작으로 이어졌다.
이근은/자화상 /캔버스에 유화/ 1998
98년의 자화상에서의 모습은 순수한 눈빛과 함께 조금은 도취된 표정에서 희망적인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때 나는 잠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모든 것이 빛나는 햇살 같았고 모든 사람들이 잠시나마 너무나 온전하고 사랑스러워 보였고 모든 신념은 온유한 가운데 담담해 보였다.
97년 10월 제대하자마자 나는 자퇴서를 내고 집에서 가까운 지금의 모교로 시험을 쳤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이었기에 마치 봄의 잎사귀처럼 부드럽고 조용히 빛나는 시기였다. 그러나 그 시간 오래가지 못했다.
모든 두려움과 의심은 봄날 수목아래의 독버섯처럼 나를 두렵게 했다.
이근은/빛을 잃다 /캔버스에 유화/ 1999
초기의 자화상 연작은 어딘지 모르게 두렵고 불안해 보인다. 어둠 속에 서서 빛을 향해 시선을 놓지 못하는 마음 그 두려움의 표정은 태초의 아담이 원죄 후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구지 말하고 싶지 않지만 1997년은 우리집 가족사에서 기쁨과 슬픔이 있었던 시기였었다. 군대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나게 되었고 우리 가족모두가 예수님을 만나게 해달라는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해이며 또한 형에게 뜻하지 않은 문제가 일어났던 해이기도하다.
정신적, 영적으로 눈먼 상태 그 아픔들은 형의 모습이요 곧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근은/눈먼 자화상 /캔버스에 유화/ 2001
이근은/영혼속으로 /캔버스에 유화/ 1998
이근은/영혼 속으로 II/캔버스에 유화/1998
<눈의 연작>은 자화상 속에서 축소된 또 하나의 나의 모습이다. 사랑에 눈 먼 아모르처럼 영적인 눈먼 상태의 마음은 요동치는 환영으로 다가온다. 눈속에 투영된 십자가의 형상들은 죄의식에 대한 회개의 갈망이며 영적인 고난을 상징한다.
이근은/침묵 /캔버스에 유화/ 2000
마음속에서 점점 솟아오르는 두려움과 죄의식과 분노는 순식간에 솟아올라 가라앉고는 묵시 속에 참회로 이어진다. 많은 이야기들은 때로는 가슴 속에 묻거나 침묵해야할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근은/The war of love /캔버스에 유화/ 1998
빛을 향하여 내 마음이 손을 뻗는다. 간절히 빼앗고 싶은 마음은 그것이 사랑일 수도 있고 영원한 것에 대한 간절함 일 수 도 있을 것이다.
